외교와 안보



 

[장성민의 한반도 와치] 김정은의 ‘비핵화’ 속도전과 ‘탄핵’ 피해 ‘북핵’ 잡은 트럼프

최고관리자 0 50 05.09 09:53

 

[장성민의 한반도 와치] 김정은의 ‘비핵화’ 속도전과 ‘탄핵’ 피해 ‘북핵’ 잡은 트럼프

김정은, 트럼프의 '영웅주의' 심리 이용해 11월 美 중간선거까지만 견디자, 트럼프, 노벨평화상으로 특검 위기 돌파구 모색

장성민  제16대 국회의원, 전 청와대국정상황실장

 

입력 : 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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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석을 끝낸 것 같다. 북한이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성격’에 입각한 대외정책의 수행에 종지부를 찍고 지극히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외교정책의 스타일을 180도 바꾼 것은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보다 훨씬 더 불확실하고 무모한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괴팍한 성격에 입각한 대외정책이 잘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대담한 군사정책을 바꾼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더 대담해 보이기 때문이며, ‘불량국가의 불량지도자’라는 이미지를 하루아침에 벗어 던지고 지극히 이성적이고 정상적이며 평화적인 지도자로 돌변하게 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훨씬 호전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대외정책을 비정상적인 도발적 태도에서 지극히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지도자로의 이미지 변신을 극적으로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발언과 대응 때문이었다. 김정은이 6차 핵실험을 마친 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핵공격의 위협적 발언을 하자,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이고도 단호하게 “나는 더 크고 더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 내 버튼은 작동도 한다”라며 김정은을 향해 실제적이고도 더 위협적인 역공을 쏟아냈다. 이로인해 김정은이 더 이상 자신들의 핵공격 발언이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가 아닌 다른 인물들이었다면 이 발언의 효과는 엄청난 파장을 가져 왔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을 핵공격할 투발수단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 놓여 있다. 이런 상태에서 대미위협을 하면 할수록 이런 강경정책은 곧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군사적 선제공격만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불안감을 안게 되었다.

여기서 북한은 핵 투발 수단의 완제품을 위한 더 많은 시간을 벌어야겠다는 정책 결정을 내렸고 이것이 ‘비핵공갈쇼’를 통한 미북정상회담의 전략인 것이다. 북한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것은 미국의 트럼프를 잡기 위한 선통남 후통미(先通南 後通美) 전략이고, 한국을 통해 트럼프의 군사적 공격을 막기 위한 이한제미(以韓制美) 전략이며,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를 완화시키는 수단으로서의 지렛대(leverage) 전략인 것이다. 한마디로 일본이 중국 명나라를 치기 위해 조선에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던 정명가도(征明街道)의 전략과 매우 흡사한 정미가도(征美街道)의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을 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통해 접근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전략이 바로 김정은의 대미, 대남 유화전략의 핵심인 것이다.

북한이 대남, 대미전략을 핵위협의 공세적 전략에서 평화 공세적 전략으로 그 기조를 바꾸게 된 두 번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의 정책을 피해야 한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화염과 분노’ 정책의 마지노선이 11월 중간선거까지로 보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만일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가 단절되고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거절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유리한 국내정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북한의 핵시설을 선제공격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바로 이 점이 북한의 대남, 대미정책을 180도 바꾸게 된 핵심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이다.

셋째, 북한은 미국이 요구한 비핵화 방식인 CVID라 하더라도, 이를 완벽하게 극복해 낼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며, 어떤 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문제에 대해서 문외한이고, 디테일에 약할 것이라는 분석을 토대로 얼마든지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 담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나름의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영웅주의 심리에 맞춰 치켜세워 주면 들뜨는 성격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현재 북한이 맞고 있는 모든 난제를 ‘비핵화 카드’를 통해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속도전에 불을 붙여 ‘천리마 운동’을 넘어서 ‘만리마 속도전’을 부르짖게 된 핵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이 흔들고 있는 대미 비핵화 카드의 본질은 처음 시작 당시와는 그 전략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애초에는 어찌 되었든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때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의 정책을 피하고 보자는 전략적 기조에서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적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기간, 즉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 이전에 비핵화 카드를 통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속도전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비핵화 속도전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속도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5월로 앞당겨진 미북정상회담 스케줄이다. 이유는 지금 오늘 이 시각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의 소환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것처럼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거나 탄핵시키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이 골칫덩이 사건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임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의도로 확인될 경우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

북한은 지금 대미 비핵화 카드를 흔들면서 모든 촉각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뮬러 특검의 행보에 맞추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 위원장과의 미북정상회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으며, 비핵화 정상회담 이벤트를 통해 국내 정치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활용코자 할 것이다. 북한은 이런 상황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상대해야 자신들의 비핵화 대미전략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장고에 돌입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대신 러시아 스캔들로 인한 뮬러 특검에 쫓기고 있는 자신의 국내 정치의 딜레마와 노벨평화상 수상, 그리고 11월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다목적 카드의 흥행몰이 수단으로 활용코자 하는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오면 우리의 안보와 생존은 최악의 현실을 맞게 될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현 대통령 특보의 주장에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대통령 특보의 주장은 추후에 항상 현실이 되었다. 그것은 대통령이 가기 위한 그 길을 미리 내는 것에 불과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전면에 내세운 김정은의 비핵화 카드의 최후 목적은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에 있다. 김정은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대미전략을 ‘트럼프 피하기’에서 ‘트럼프 끌어 들이기’로 급선회하여 미북정상회담이라는 빅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를 반기는 쪽으로 정책과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비핵화에 초점을 둔 트럼프 대통령의 초기 대북정책은 노벨평화상 쪽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주한미군 감축을 지시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이를 뒷받침해 준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한 것은 미군주둔비 분담문제 논의와 관련된 경제적 이해관계가 결부되어 있긴 하지만, 감축을 지시한 시점이 미북정상회담 이전이라는 점과 노벨평화상 논의가 일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 눈길을 뗄 수 없다. 트럼프의 주한미군 감축은 북에도 화해의 제스처지만 노벨상위원회에는 더 큰 메시지이다.

미북 양국 정상이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우리의 생존이 걸린 비핵화 문제의 본질은 비껴갈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운 김정은의 트럼프 놀이에 맞설 우리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탄핵위기로 치닫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피신처로 북핵을 활용하게 되면 북핵문제의 본질을 비껴가고 북한 비핵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그것을 심히 우려한다. 북한은 탄핵과 북핵이라는 두 개의 핵 때문에 딜레마에 처해 있는 트럼프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장성민

(현)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16대 국회의원(통일외교통상위원),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최근 저서로는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기로에 선 한반도 운명과 미중패권 충돌> <전쟁과 평화: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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